신도림 집단상가 현장 탐방

갤럭시노트10 정식 개통 첫날인 23일 신도림 테크노마트 내 휴대폰 집단상가 모습. 김은지 기자


'갤럭시노트10' 예약판매 시 100만원 넘는 지원금이 난무했지만, 정식 출시 첫날인 23일 공짜폰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공짜폰 코스프레'는 만연했다. 지원금 내역을 따져보면 공짜폰이 아님에도 고객 유치를 위해 '공짜폰' 마케팅을 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일종의 '낚시성 마케팅'인 셈이다. 할인 내역에 대한 안내가 미진하거나 실질적으로 연 360만원의 신용카드 사용 금액(카드 제휴·결합 할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기값 0원'이라는 단어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10이 23일 정식 출시됐다. 사전 예약 물량만 이미 역대 최고치인 130만대를 넘어서면서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내 휴대폰 집단상가는 예상보다는 한산했다. 이날 취재는 대표적인 스마트폰 성지에서 '갤럭시노트10을 얼마나 초단가로 살 수 있는지'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됐다.

우선, 방문객이 많이 없다 보니 등장부터 많은 호객행위에 노출이 됐다. 상가에 들어서자마자 "고객님 알아보셨어요?", "어떤 것을 찾으세요?"라는 물음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집단상가 등 일부 유통점은 차별적 리베이트 지급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단속이 집중될 수 있는 곳이다. 방통위 단속을 의식해 "얼마에 알아보고 왔다", "XX만원에 정말 살 수 있냐"라고 말하는 것은 금기어.

"무조건 가장 싸게 사려 하면 어떻게 하냐?"라고 물으면 말없이 계산기에 숫자를 쳐서 보여주는 방식으로 상담이 진행됐다. 다만 기대와 달리, 불법 보조금으로 문제가 됐던 10만원 미만 갤럭시노트10 폰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예 고객이 없는 상점도 절반 정도. 그나마 1~2명씩의 사람이 방문한 상점은 '갤럭시노트10 0원' 혹은 '갤럭시노트10 사전예약 현금 완납' 등의 홍보 문구를 붙여놓은 곳이었다. 초단가에 스마트폰을 구매하려면 이 같은 문구를 붙여놓은 상점을 최대한 돌아다니고 시세를 비교해야 했다.

많은 곳을 돌아다닐수록 싼 값을 제시받는 데 요령이 생겼다. "옆집에 갔는데 생각보다 비싸게 부른다. 무조건 싸게 갤럭시노트10을 사고 싶다"는 말에 기기가 "공짜"라는 말은 빈번하게 돌아왔다. 여러 상점들이 제시한 초단가 조건은 SK텔레콤 고객인 기자가 번호이동(LG유플러스)에 특정 신용카드 사용할 시 기기값은 0원, 7만5000원(스탠다드,150GB 제공) 가량의 요금만 내도록 맞춰준다는 것이었다. 다른 부가 조건들은 설명하지 않았지만, 월 20~30만원 상당의 특정 신용카드 사용금액을 지켜줘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가전을 할부로 구매하거나 공과금 자동이체를 걸어놓거나 하는 방식으로 카드를 이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조건의 약정은 24개월이고 갤럭시노트10과 마찬가지로 신용카드 또한 24개월 동안 사용을 유지해야 한다. 보조금이나 공시지원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일단 '기기값 0원'을 내세워 실적을 올리는 데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신용카드사의 마케팅인지 스마트폰 마케팅인지, 초단가에 구매를 할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로웠지만 의아함은 가시지 않았다. 결국 배보다 배꼽(늘어나는 신용카드 사용금액)이 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연 360만원의 신용카드 지출은 갤럭시노트10 일반형 256기가바이트(GB) 출고가 124만8500원의 배가 넘는 금액이다.

갤럭시노트10 아우라 글로우


신용카드와 결합된 방식 외에 '휴대폰 반납을 통한 기기값 0원' 마케팅도 만날 수 있었다. 5GX클럽 노트10 혜택을 활용하는 등의 방식인데, 이를 통해 갤럭시노트10 가격을 할인 받을 수 있었다. SK텔레콤 '5GX클럽_노트10'은 고객이 단말 구매 12개월 뒤 사용하던 제품을 반납 후, 다음 갤럭시 시리즈를 구매할 때 출고가의 최대 50%를 면제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상담 고객이 구체적으로 묻기 전에는 이 같은 프로그램명을 제대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안내 미진으로 인한 '호구 고객(호갱)'을 만들 수 있는 요소였다. 실제 스마트폰 구매가 아닌 '렌탈'이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하는 이도 있었다.

또 이날 초단가를 제시하는 상점을 찾을수록 "지금 기기 개통을 할 것인지"를 묻는 횟수가 늘어났다. 현재 사용 중인 스마트폰의 약정이 남아있고 위약금액이 30~40만원 가량인 덕에 당장 개통은 피할 수 있었다. 한 상인은 위약금에도 불구하고 개통을 한다면 갤럭시노트10 '핑크' 색상을 사용할 것을 권했다. 시그니처 색상인 '아우라글로우'를 쓰고 싶다 말했지만, 품귀현상 때문에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아우라 화이트도 당일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동통신사별 특화 색상인 SK텔레콤 갤럭시노트10 블루, KT 갤럭시노트10 레드도 사전 예약 고객들을 위해 물량이 묶여 있었다.

한편 이날 갤럭시노트10 정식 개통 시작과 아울러, 갤럭시S10 5G를 찾고 상담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또 다른 상인은 "갤럭시S10 5G의 조건이 나쁘지 않아 오히려 지금이 갤럭시S10 5G 구매 적기"라면서 "노트 시리즈와 S시리즈의 팬층이 극명히 나뉘기 때문에 S시리즈를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김은지기자 kej@dt.co.kr